한국시사만화 100년전에 다녀왔습니다

각설하고 한국시사만화 100년전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신문을 많이 보는 편이고 그 중에서 시사만화는 꼭 챙겨보는 편이라 마니아까지는 아니고 그냥 시사만화를 좋아하는데 글쎄 올해로 100년이 되었다는군요. 그래서 다녀왔습니다.

입구에 들어가면 대한민국의 모든 대통령의 캐리커처가 우리를 반깁니다.
근데 잠깐. 다른 대통령들은 나란히 입구에 세워놓고서
왜 노무현 대통령만 구석에 빼놓은 거냐!
...좋게 좋게 생각해야 할까요?
전시장 모습. 시간이 일러서일지도 모르지만 나이드신 분들만 오신게 좀 안타까웠습니다. 왜냐고요? 앞으로 소개할 만화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20대 중반부터라면 신나게(?) 즐길만한 내용이거든요.

초창기의 작품들은 일제 침략기 친일파에 대한 비판. 조선이 놓인 암울한 현실을 주로 그렸습니다.
무식한 돌팔이가 제 도끼에 다쳤다는 내용이 적혀있고 그림에는 나뭇꾼의 도끼날이 빠지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그대로 읽으면 '이완용이 지 며느리랑 간통한다'라는 내용이죠. 실제로 이완용은 자신의 며느리와 통정한 것 때문에 엄청나게 구설수에 올랐었습니다.

이 만화는 1920년대에 그려진 것으로서 당시에는 을사5적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만화를 냉정히 평가해보자면 아직 비판이 직설적입니다. 한국 시사만화가 세계 최고라 불리는 이유는 험한 시대를 살아오면서 다져진 은근하면서도 통렬한 비판이니만큼 서투르게 보이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이 시대에 만화가 나온게 어딥니까?

최고의 시사만화 조선일보의 고바우 영감. 사실 당시 시사만화들을 다 모아놓고 볼 때 이렇게까지 비판의 칼을 훌륭하게 휘두른 만화는 없습니다. 그래서 최고의 연재기간동안 최고의 사랑을 받았을 겁니다. 여담인데 예전에 고바우 영감의 단행본들이 출간되었습니다만(80년대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래지 않아 서점에서 다 사라져 버리더군요.
연재시기는 80년 겨울. 하지만 다룬 내용은 지금봐도 섬뜩할 정도입니다. 요즘 애가 셋이면 기둥뿌리가 흔들린다는 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지요.
작아서 잘 보이실지 모르겠지만 제일 오른쪽이 고바우 영감 마지막회입니다. 고바우 영감이 연재중단이 되어 백이 별세하신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건장하시다고 하네요.
제가 고바우 영감 다음으로 쳐주는 만화는 왼쪽에서 세번째 왈순아지매입니다. 이쪽은 내용은 강렬하지 않은데 정치가가 양심이 있다면 얼굴이 벌개질 내용이 많지요. 특히 사진의 만화는 지금 상황과 너무 잘 맞아서 전시한게 아닐까 합니다. 내용인 즉슨

- 요즘 물가가 정신없이 오르더군
- 특히 음식값은 말도 못해
- 물가 당국자는 그걸 모르는 걸까?

이에 대답이

- 늘 얻어먹고 다니니 어디 알겠어?

이게 83년 작품이라니 ...시사만화가들이 초능력이 있는 겁니까 한국정치가 성장하지 못하는 겁니까...
예전 대졸 대통령 망언때 전남일보에 실린 작품입니다.
이쪽은 주간동아의 만화. 역시 같은 내용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YS씨가 유일한 대졸이군요. 정확한 시각을 갖지 못한 전여옥씨를 비판하는 내용인데 여기 전시된 만화중 대통령을 제외하면 단연 1순위로 비판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대접받는 세상이다 보니 우리도 만화가가 아니라 '만화사'라고 바꿀까? 하는 내용입니다. 전남일보는 볼 기회가 없어서 몰랐는데 전시된 지방신문의 품중에서 유난히 수준이 높았습니다.
한겨레는 좀 너무 강하다라는 생각이 들어 잘 챙겨보진 않지만 이 작품만은 무릎을 탁! 쳤습니다. 현 정부의 코드인사의 핵심이 어디있는지 통렬하게 쏜 작품.
레디앙 2009년 2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환경이 안되는 사람들을 지원하진 못할망정 부자학교만 지원하겠다라... 현 정부가 바라보는 시점에 대한 비판입니다.
왼쪽의 만화.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본받아야 한다고 하자 한국학교의 선생님께서 '잠자는 시간은 빼주세요'라고 응수하는 만화. 혹시 우리도 외국의 정책을 단편적인 면만 보고 부러워하는건 아닐까요?
2009년 전반기에 예산을 다 써버린 정부. 이젠 기업을 족쳐서 투자하게 만들기 위해 책임론을 만드는 모양인데 기업은 꼼짝도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내용이 통렬한만큼 보는 사람은 더 무섭죠. 저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니까요.
로보트태권브이 30살. 경향신문에 연재되는 장도리입니다.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라 식은땀이 다 난 만화입니다.
글의 내용인즉슨 '군사독재정권시절 어린이들에게 상상력을 심어준 아동만화, 지금은 사교육의 도구로'라는 내용이죠. 그러고보니 둘리도 그렇고 태권브이도 그렇고 하니도 그렇고 죄 교재만드는데 집중적으로 팔려나갔습니다. 그게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일본과 비교해볼때 너무 생각이 얕지 않나요?
삼양사, CJ, 제일제당이 15년간 설탕가격담합을 해서 소비자의 주머니를 터는 모습을 보고 양아치가 감탄하는 모습입니다. 양아치든 기업이든 하는 짓이 저러면 동류다라는 내용이죠. 네.
광장에 사람들이 모이는걸 싫어하신다기에 이렇게 대접합니다라고 하는 내용. 이대통령이 미국에서 홀대받던 상황을 기존 태도와 결부시켜 통렬하게 비판한 작품입니다. 이래서 제가 시사만화보는걸 그만둘수가 없습니다.
용산참사, 박종태씨, 노무현 대통령등의 죽음이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에 부담이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입구에 노대통령의 캐리커처가 구석에 놓인걸 보고 약간 뜨악한 생각을 가졌지만 안에 들어가서 본 전시작품들은 해당연도의 시대상을 통렬하게 비판한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단 박정희 대통령과 전두환에 관한 내용이 안보이는건 좀...

한국의 시사만화는 유난히 찍어누르던 정부와 반골정신이 강한 국민들의 공부에 힘입어 세계에서도 유래없을 정도의 내용함축도와 전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세계제일의 만화를 낳은 배경이 독재정권이라니 그건 좀 암울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그렇게 이어져서 올해 100년의 역사를 이루어냈다는건 나름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시기간은 9월 13일까지. 장소는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 1층 전시관입니다.
신문을 보시면서 시사만화를 꼭 챙겨보신 분들. 만화의 표현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적극적으로 추천드립니다.

by 나르사스 | 2009/09/06 16:11 | 애니/ 만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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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벨제뷔트 at 2009/09/06 16:18
신경무와 김상택 만화는 출품되지 않았나 보지요?

그렇다면 속은 좀 덜 터질 테니 보러 갔다와도 될 것 같군요... --
Commented by 나르사스 at 2009/09/06 16:32
전시 시점이 '정말 제대로 된 시사만화만 싣자'라는 취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신경무와 김상택 만화가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본 기억이...)
Commented by 나인볼 at 2009/09/08 17:39
박재동 화백 만화를 참 좋아했었죠. :) 가보고 싶지만 일이...orz
Commented by 나르사스 at 2009/09/08 23:13
예 정말 좋은 만화를 그려내시는 분이죠.
정부하는 걸 봐선 이런 전시기회가 흔치는 않을테니 관심있으시면 어려우시더라도 꼭 가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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