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DVD폭탄 할인을 마냥 좋아할 수 없다

어제 모 DVD전문 매장에 들릴일이 있었다. 그런데 모 DVD회사에서 전격적인 DVD할인을 한다고 좌악 타이틀을 늘어놓은게 눈에 들어왔다. 내가 살까말까 하고 고민만 주욱 하던 모 타이틀들도 앞에 나란히 놓여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전격할인이 거의 한달에 한번꼴로 일어나기 때문에 전혀 감회스럽지도, 놀랍지도 않았다.

소비자인 내가 생각하는 DVD의 가격, 한국에서 판매되는 2만원 중후반대의 가격은 거품이 어느정도 끼어있는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물가를 생각해 보아도 좀 무리수가 있는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작품들의 라이선스 비용을 알고 있는 일반 소비자인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9900원 시리즈 가격은 또 너무 싸다. 요즘엔 1디스크짜리만 9900원으로 내서 보급시장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펼치는 모양이지만 그건 올해이야기,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할인은 거의 무차별로 이루어졌다.

도대체 초기 발매가의 40%대도 안되는 가격으로 할인이 되는 TAPE, CD시장에서도 본 적이 없는 전례없는 할인시장은 대체 어떻게 태어난 것일까? 대체 왜 지금까지 보도 듣도 못한 할인시장이 지금에와서 태어난걸까? 제작사는 2만원 후반대에 물건을 팔고 남은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9천원대에 남은 타이틀을 정리하여 재고부담을 줄이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애당초 1만원 중반만 해도 어느정도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는 물건을 2만원 중반에 팔아 이익을 확보한 후 이제 재고가 될 상황이면 9천원대에 팔아 절대 손해를 안본다? 어느쪽도 내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유통에서 한참 도망간 경우가 아닐 수 없다.

사실상의 1차 영상 컨텐츠 시장인 DVD시장은 큰 시장을 확보하지 못한채 거의 집안잔치 수준에 머무르고 말았다. CD처럼 기존 매체를 누르고 새로운 강자가 되는데도 실패했으며 차선 책이라 불리는 대여수요를 확보하는데도 실패했는데다 본래 생각해온 전략, 가정에 폭 넓은 보급이라는 목표엔 당연히 실패했다. 시장의 규모는 크게 히트했을 경우 영화가 1만장대 애니메이션이 1천장대에 머무른다. 이건 빅히트의 경우로 회사가 회식하는 상황이고 상당수의 타이틀은 이 수치의 50~20%시장의 판매율에 머무른다. 심지어 아예 안나가는 것도 허다하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지 못해 태어난 덤핑시장은 이제 확실한 대안으로 성장해 버리고 말았다. 요즘에는 제작사도 위기를 느꼈는지 할인작품은 1디스크로 발매하는 경우가 많지만 물건들은 2~3디스크 대폭할인 물건도 많다.

하지만 이렇게 자원의 가치를 스스로 낮추는 전략은 결과적으로 시장의 가치를 떨어드리게 된다는 것은 경영학계의 철칙. 시장의 가치는 떨어지고 시장은 줄게 되며 출시사는 자금 압박에 시달린다. 고로 작품의 출시수는 줄어들게 되며 시장은 협소해진다. 일반 소비자는 선택이 폭이 더욱 줄어들게 된다. 나같이 고전영화만 좋아하는 사람은 아예 운다. 마니아는 원하는 작품이 나올지 안나올지 가늠이 안되니 아예 해외판이 나오면 바로 주문에 들어간다. 가뜩이나 좁은 시장이 갈라져버리고 이탈자를 낳으며 재정은 더 위축된다. 그리고 출시 작품이 줄고 또 사람은 떨어져 나가고... 계속 순환...

이상은 내 생각일 뿐이지만 용쓰는 재주가 없는 한 실제로 이렇게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 현상에 큰 일익을 담당한게 출시되어 어느정도 시즌이 지나면 바로 터지는 염가판 폭탄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제살깎아먹기로 보이는 할인에 찬성할 수 없다. 결국 피해를 보는건 먼저 구입한 우리들이며 DVD를 구입해야할 선택의 폭이 넓어야 만세를 부를 수 있는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인 내 생각으로는 이 원인을 제공한 원인중 하나는 제작사가 너무 값은 높게 책정한데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냥 제작사 편을 들어줄 생각은 없다. 초기 1디스크 작품들은 대다수가 2만원대 후반들(미션이 그랬지...). 하나의 컨텐츠를 즐기기 위한 부담이 물가에 비해 너무 높았다(게다가 상당수가 북클릿도 없이 DVD딸랑 한장이었다). 당시 CD시장이 11000원대로 맞춰져서 어느정도 수익 안정권과 보급 안정권을 찾은걸 감안할때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격부담은 너무 컸다. 소비자가 컨텐츠를 사기 위해 투자하는 금액 안정권 15000원 (2005년 데이터)를 훨신 넘어선 상황이다.

애시당초 DVD의 가격은 1만원 후반대로 잡고 시장을 확보해서 가격을 안정시키고 컨텐츠의 가치를 지켰어야 한다(주1)고 멋대로 생각하는 소비자 나르사스는 처음에 비싸게 팔고 나중에 떨이로 파는 지금 시장을 도저히 이쁘게 볼 수가 없다. 그게 시장이 축소, 업체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임을 알기에, 그리고 그 피해를 고스란이 마니아인 소비자들이 받게될걸 알기에 더욱 그렇다.


한국 DVD시장은 작다. 특히 내가 군침을 흘리는 애니메이션 시장은 더 작다. 이미 물건을 출시하는 것 자체가 모험이 된지 오래며 HD-DVD타이틀이 대량으로 출시되기 시작하는 2006년에는 그나마 시장을 유지해주던 마니아들조차 등을 돌리게 될 것이 뻔하다. 자 기존제작사들은 과연 어떻게 대응할까? 또 떨이를 통한 제살 깎아먹기에 들어갈까? 아니면 아웃오브 아프리카같은 완전형 프리미엄 시장을?

주1 : 워너 브러더즈는 신작들 2디스크 작품의 가격을 14800원으로 고정시켰다. 금액 안정권 데이터에 맞춘 금액인데 이게 출혈서비스일리는 분명히 없을테고 아마 라이선스 비용과 부대비용을 다 감안한 안정적인 손익분기점에 맞춘 금액일 것이다. 진작 이렇게 팔았다면, 그리고 CD시장처럼 할인을 안하고 버텼다면 과연 지금 시장은 어떻게 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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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르사스 | 2006/01/08 17:58 | 영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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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cdc at 2006/01/08 20:13
9,900원짜리 DVD를 모아도 '왜 그런걸 모으냐' 소리를 듣더군요 -_-; 인식의 문제도 좀 있는 것 같아요.
Commented by 나르사스 at 2006/01/09 13:49
dcdc님> 사실 디빅스라는 컨텐츠가 너무 컸으니까요. 제가 제작사입장이라면 디빅스라는 매체를 따로 돈을 받고 팔 수 있는 개념을 도입했을 것 같습니다. 안된다고 혼자 날뛰는 것보다는
Commented by 첫비행 at 2006/01/10 08:35
10disc짜리 패트레이버 OVA 박스를 29800원(뭔, 홈쇼핑 광고 같군요..ㅡㅡ;)을 주고 사면서도 스스로 허탈해했었습니다. 먼저 산 사람만 바보 만드는 현재 시스템으로서는 점점 시장이 죽어갈 밖에요. 그러다 보니, 소수만 찾는 특정 타이틀은 점점 구하기가 힘들어지네요. ㅡㅡ;
Commented by 나르사스 at 2006/01/10 08:55
첫비행님> 저도 소수취향 타이틀이 줄어드는게 아쉽습니다. 나스 안달루시아가 발매된게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만 현실은 아르쥬나 '박스셋'이 9900원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먼저 57000원주고 똑같은것 산 분들은 얼마나 우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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